[칼럼] 아빠의 양육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언젠가부터 방송에 싱글대디(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는 아빠)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살면서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한 번도 다듬어주었거나 묶어준 적이 없었을 아빠들인데,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싱글대디를 마주할 때면 막연히 ‘좋은 아빠라면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양육권은 주로 어머니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들은 양육자 지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어머니가 양육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이는 법원이 어머니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어서는 아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들의 인식에 ‘아이는 어머니가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양육권만큼은 어머니에게 양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양육자 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는지’와 ‘아이의 의사’다. 미성년 자녀를 두고 이혼 소송을 하는 경우 법원에서는 가사조사관을 통해 그 가정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아이의 가정환경이 어떠했는지, 아이의 마음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을 생각보다 자세히 물어보고 아이의 마음을 파악하려 애쓴다. 그래서 부모가 서로를 향해 감정적으로 양육권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감정을 쏟아야 할 대상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가사조사관은 ‘결국 이 아이가 진심으로 누구와 살기를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주력한다. 아이는 누구와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하고,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지를 가사조사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로부터 마음을 얻는자가 결국 양육권 전쟁의 승리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혼과정에서 내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자 하는 아버지가 있다면, ‘아이는 어머니가 키우는 것이 좋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양육권을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머니가 아이를 24시간 돌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고, 아버지 역시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조부모님 등의 조력을 통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변호사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도 조력을 하게 된다. 즉 이혼 소송 중 가사조사 과정에서 이혼 후 아이에게 어떠한 양육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 아이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면서 아이에게 최선의 양육 환경을 만들어 양육자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이다. 이를 법적으로는 ‘자녀의 복리’라고 한다. 아빠가 머리 묶어주는 것이 조금 서툴더라도 그것은 자녀의 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아빠가 아이의 양육권을 원한다면, 내가 아이와 얼마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이혼 후 혼란을 겪을 자녀에게 그 전과 다르지 않은 안정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법무법인태림 백지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