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투자증권사에 2009년 입사해 일하다 지난해 7월 퇴사한 임원 박모(가명)씨는 지급받을 예정이었던 10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급일 이전에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성과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앞서 2016년 도입됐던 것이다. 박씨는 “희로애락을 겪으며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줬는데 임원인 나에게조차 퇴사를 이유로 성과급을 줄 수 없다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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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서는 이연성과급 제도를 둘러싸고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와 퇴직 임직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연성과급제란 특정 연도에 낸 성과에 대한 성과급을 한번에 주지 않고 시기를 정해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보상체계가 고위험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금융당국 권고로 대다수의 투자증권사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퇴사나 이직을 금지하고, 임직원들을 회사에 붙들어두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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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소송도 자발적 퇴사를 이유로 이연성과급을 지급을 거부하면 이는 사실상 전직금지 및 강제근로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원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림 소속 김선하·오상원 변호사는 “유사 사건과 비교했을 때 ‘이연성과급을 일절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A사의 규정은 상당히 강압적”이라며 “앞선 판례에서도 법원은 성과급의 이연지급 취지는 일찍 샴페인을 터트려 국민과 국가경제에 위험부담을 주지 말라는 것이지 자발적 퇴사자에게 지급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